자도자도 낮에 또 졸린 이유는?
전국 어디에나 24시간 편의점이 즐비해 있고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동대문 시장이 있는 우리나라의 평균 수면시간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평균 취침시간은 10시였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이른 시간이 돼버렸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권장하는 수면시간은 중고등학생의 경우 8.5~9.25시간, 성인은 7~9시간이며, 해당 시간만큼을 충분히 자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굳이 권장 시간만큼 자지 않아도 피로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 생체리듬에 따라 조금만 자도 실제 피곤하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이 낮에 졸리는 ‘주간 졸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밝혀졌다. 물론 잠이 모자라면 낮에 졸릴 수 있지만 수시로 졸리거나 아무 장소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경우엔 하나의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수면시간이 부족해서 졸린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질병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선 ‘주간 졸음 자가평가 척도’를 사용하면 된다. 점수가 10점 미만이면 정상이며, 10점 이상이면 수면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사회 부적응자로 만드는 ‘기면증’
수면 장애가 있다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 찍힐 수 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꿈꾸던 김모씨의 경우를 살펴보자.
# 평소 자주 졸고 늘 피곤해하는 김모씨(37세, 남)은 게으르고 정신력이 약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평판을 들어왔다. 졸업 후 들어간 직장에서도 일하는 동안 수시로 졸거나 잠이 들었으며, 웃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거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결국 근무 태만으로 1년 6개월 만에 직장에서 해고당했으며, 최근 운전 중 참을 수 없이 잠이 쏟아져 졸음 운전으로 중앙 분리대에 부딪힐 뻔했다.
낮에 항상 졸리는 것은 물론이고 웃거나 농담을 하고 들을 때, 또는 화가 났을 때 해당 근육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기면증을 의심할 수 있다. 가톨릭 대학교 성 빈센트병원 홍승철 교수는 “웃을 때 얼굴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 증상은 쉽게 말해 깨어 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현상으로 대부분 가족 중에 기면증이 있으면 흔히 발생한다”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면증의 치료는 미뤄선 안된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음은 물론 졸음운전을 하는 등 생명까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발견 즉시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먼저 각성제(modafinil)나 항우울제(venlafaxine) 등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개선이 되지 않으면 낮잠을 2~3회 자거나 장시간 운전은 금지하고 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등의 행동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기면증의 증상 중 가장 고통스러운 ‘탈력발작’을 치료하는 특효약도 있다. 바로 향정신성의약품 ghb(gamma-hydroxybutyrate)인데, 아직 국내까진 들어오지 않아 많은 기면증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종플루와 기면증이 관련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2개 나라에서 현재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접종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기면증으로 추정되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 이후 신종플루와 기면증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기면증 소인이 있는 사람이 신종플루에 걸리거나 예방접종을 맞았을 경우 발현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정확한 요인이 무엇인지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