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주로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물을 말한다. 원인 세균의 종류와 감염 부위에 따라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달라지는데, 최근 항생제 내성균이 증가하면서 같은 종류의 세균일지라도 치료가 가능한 항생제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항생제에 듣지 않는 이러한 내성균의 출현 및 확산은 인류 건강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부터 매년 11월 셋째 주를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world antimicrobial awareness week)’으로 지정했다. 2019년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3번째로 높으며,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률 또한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인식 주간을 맞아 항생제의 올바른 복용법과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하이닥 복약상담 주준경 약사가 ‘항생제 내성’에 대해 설명했다.
q. ‘항생제 내성’이란?‘항생제 내성’은 복용하고 있는 항생제가 병을 일으킨 ‘세균을 더 이상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영어로는 ‘antibiotic resistance’라고 하며, 말 그대로 항생제 속 화학물질에 저항하여 생존·증식하는 것으로 세균의 생존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세균들은 대부분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그런데 우리가 질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하여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너무 오래 복용(오용)하거나, 또는 불필요하게 자주 사용(남용)하면 세균은 점점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q.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 원인은?항생제의 내성 획득 방법은 크게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항생제 불활성화 (drug inactivation)▶항생제 표적 부위의 변화 (alteration of target site)▶항생제의 세포 내 수송 저하 (decreased uptake)▶항생제를 즉시 세포 밖으로 배출 (efflux pump)▶새로운 생화학적 경로 개발 (alteration of metabolic pathway)
다시 말해, 항생제를 파괴하거나, 항생제의 표적 부위를 변화 시키거나, 세포 내로 항생제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항생제의 효과를 억제한다. 항생제의 사용, 특히 항생제의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 발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의 상관관계가 밝혀져 있다. 항생제를 오남용 할수록 내성균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생기기 때문에, 세균에 의한 감염질환으로 항생제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
q. ‘항생제 내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2018년 8월 미국 네바다주에서는 26개의 항생제를 모두 동원했으나 어느 약도 듣지 않아 사망한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인도에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라는 내성균에 감염되어 어떠한 항생제도 듣지 않았다. 국내 cre 발생건수는 18,113건(2020년)으로 2018년(11,954건)에 비해 2년 사이 1.5배 가량 증가했다. 치사율이 무려 60%에 이르는 이 내성균이 20여개국에서 나타났으며, 이는 점점 심각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항생제내성 대책위원회(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amr)는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해 2050년에 연간 1천만명에 달하는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항생제 내성균은 새로운 질병을 만든다기보다, 그로 인해 치료하기가 어려운 감염증을 만들어 경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가 듣지 않게 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할 때 걱정을 해야 할 수 있고, 단순한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한 소아나 고령층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제왕절개나 맹장 수술, 장기이식 등 의료기관에서 보편화한 시술도 힘들어져 의료수준은 매우 후퇴될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 개발 속도를 뛰어넘어 모든 항생제를 무력화시켜, ‘인류를 항생제 개발 이전 시대(pre-antibiotic era)로 회귀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정도로 큰 문제가 되었다.
q. ‘항생제 내성’ 예방 방법은?항생제는 말 그대로 세균에 의한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주로 앓는 감기, 비염, 기관지염, 인후염 등의 질환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감기를 빨리 낫게 해달라며 항생제를 요구하는 것은 질환도 빨리 낫지 않을뿐더러 항생제 내성균을 증가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의사가 처방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복용할 때는 처방을 올바른 방법과 정해진 기간대로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나아졌다고 약을 조기 중단하거나, 띄엄띄엄 복용하면 내성균이 증식하여 병이 재발 또는 악화될 위험이 크다.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료인 역시 최신 지침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환자가 항생제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의료인으로서 불필요한 사용을 경계해야 하며, 처방할 경우에는 환자에게 항생제 내성과 불필요한 사용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여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질병의 70%는 손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올바른 손 씻기, 기침할 때 입과 코 가리기 등 올바른 위생수칙을 준수하며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빠르며 손 쉬운 길이다.
q. 계속해서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요?가장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약제들은 이미 개발되었고 앞으로 새로운 항생제는 더욱 적어질 전망이다. 불과 20년 전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회사가 30여개 존재했으나 현재는 6개에 불과하다. 항생제는 개발 자체가 어렵고, 개발한다 하더라도 약의 비용은 매우 높으며, 그 독성 또한 높다. 그마저도 새로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은 단 1년만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3~5년 뒤에는 그 내성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이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것의 능사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를 쓸 시간은 점점 소진되고 있다(our time with antibiotics is running out)”는 표어로 항생제 내성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책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 = 질병관리청도움말 = 하이닥 복약상담 주준경 약사 (위례중앙약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