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혹사당하고 있는, 목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한참 오래 전부터 사람을 볼 때 목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다. 동료의사들은 늘 보는 환자가 목디스크 환자이고 늘 하는 수술이 목디스크 수술인데 일상에서까지 목을 보는 게 지겹지도 않냐고 핀잔도 주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은 항상 다른 사람의 목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목은 인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생각한다. 안으로 보면 뇌의 치밀한 신경줄기와 기도와 식도 그리고 심장에서부터의 큰 혈관들을 보면 ‘누가 있어 이리도 완벽하게 설계를 하였을까?’ ‘밖으로 보면 머리와 가슴을 어찌 이보다 더 조화롭게 연결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4kg 이상 되는 머리를 저 가느다란 목이 지탱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진료실 창너머 내려다 보이는 분주한 거리엔 참 다양한 표정들의 목이 있다. 짧고 굵은 목, 길고 가녀린 목, 유달리 흰 목. 출근 길 아침에 보이는 목들은 모양은 제가기 다르지만 하나 같이 가벼워 보이고 씩씩해 보인다. 진료를 마치고 퇴근할 즈음 보이는 목들은 모양은 아침 그대로인 목들도 간혹 눈에 들어오는데 노곤해 보이는 목, 너무 긴장이 되어 당장이라도 뛰쳐 나갈 것 같은 목,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목, 뻣뻣해 보이는 목들이 대부분이다.
진료실에서는 진단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환자도 있지만 요즘은 실망의 한숨을 내쉬는 환자가 더 많다. 그 중에서도 “허리디스크입니다.”라고 했을 때 보다 “목디스크군요”라고 했을 때 그 실망의 강도는 훨씬 더 큰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대부분의 환자들의 얼굴엔 이미 “그럴 줄 알았어요.”라는 자책의 표정도 보이는 경우가 허리디스크 환자보다 목디스크 환자들에게서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실로 목디스크는 급성으로 오는 경우도 많지만 세월을 두고 차근차근 진행하여 오는 경우가 참 많다. 생기는 원인이야 일반인들도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안좋은 자세와 나쁜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즉, 다들 평소의 자신의 행동이나 습관이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목디스크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요즘 진료실에서 목디스크 환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정말 많아진 것 같고 또 그 연령대가 무척이나 낮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일상에 완전히 자리 잡은 컴퓨터와 휴대폰 영향이 큰 것 같다. 퇴근길 전철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불편해 보이는 자세에서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학생들 풍경이 이젠 낯설지 않은 현상이고 사무실에서 모니터 앞에 목을 쭉 내밀고 고민하며 사무를 보는 모습도 이젠 일상이 된 것 같다. 확실히 10년전에 비하여 우리 목이 참 고생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인공디스크가 등장하여 이젠 목디스크도 인공디스크로 대체하여 과거에 비하여 훨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술은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퇴근 길 거리에 특히 어린 학생들의 축 늘어진 목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참 아름다울 목들이 점점 더 미워져 간다. 시대의 흐름에 대한 댓가라고는 하지만 자세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습관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을 목이 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오늘 퇴근 길은 유난히 더 뻐근하게 막힐 것 같다.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