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속 한국, 미세먼지가 심해진 진짜 이유는
1994년과 2014년 중 서울의 대기 오염도는 언제 더 높을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4년의 대기오염이 현재보다 더 심했다. 미세먼지가 가득 차 뿌옇게 변해버린 올해 초 하늘을 봤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대부분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대기 오염도는 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하기 쉽고, 또 심해진 나라도 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더 좋아진 쪽에 속한다.
급격한 경제 개발로 1990년대 중•후반의 서울 대기오염도는 심각했다.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 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의자를 닦지 않으면 더러워 앉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환경부의 정책에 의해 난방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나 lng 등으로 대체하고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높이며 공장 굴뚝을 감시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낮추는 대책 등 대기 환경 개선 정책을 꾸준하게 시행한 결과, 2012년 서울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국가환경기준인 50㎍/m³ 보다 낮은 41㎍/m³에 이르게 되었다. 공장이 밀집된 경기도와 인천도 연평균 농도는 서울보다 약간 높지만 국가환경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의 질이 나빠진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따져보자.
첫 번째 원인, 중국발 미세먼지
아직도 ‘made in china’ 미세먼지가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 얼마 전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일 때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살펴보자. 중국 동부지방에서부터 서해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이 뿌연 회색 띠가 길게 나타나는데 마치 우리나라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권에 들어있음을 분명히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회색 띠는 중국 대도시에서 발생한 짙은 스모그 전체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스모그 자체는 지표면에 낮게 깔려 이동하지 않고 멈춰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 위를 안개와 옅은 구름이 뒤덮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공중에서 잡은 인공위성 영상은 정체된 스모그 위에 자욱이 깔린 안개와 구름만을 보여주게 된다. 이때 기상조건이 바뀌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정체된 스모그가 이동하면서 점차 흩어지고 그 속에 들어있던 미세먼지는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면서 그 농도가 크게 낮아진다. 원래 스모그 두께는 겨우 1,200m 정도로 공중으로 크게 확산되면 그 농도는 100분의 1 이상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중국에서부터 한국으로 이어진 회색 띠의 위성사진은 미세먼지가 포함된 구름이 맞지만 그 농도가 매우 낮아 우리나라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 발표한 중국발 미세먼지 비율인 30~40% 수치도 높게 측정되었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홍욱희 환경학 박사는 “만약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30~50%나 된다면 서울시의 경우 현재 연평균 값을 50㎍/m³정도라고 했을 때 15~25㎍/m³에 해당하는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해석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이 값을 제외한 나머지 농도값 25~35㎍/m³이 결국 서울시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이 수치는 우리나라의 배경농도인 40~55㎍/m³보다도 훨씬 더 낮은 수준이다”라고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미비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 배경농도란 오염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물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장소에 해당하는 농도를 말한다.
두 번째 원인, 한국발 미세먼지
2012년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국가환경기준인 50㎍/m³ 보다 낮은 25.2㎍/m³였다. 또한 지난 5월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1시간 평균 농도는 30.3㎍/㎥로 역시 국가환경기준에 비해 낮았다. 결국 하루에 생산되는 미세먼지 양은 최근 몇 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세 번째 원인, 기후의 변화
지난 2월 우리나라 수도권 겨울 날씨와는 다르게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3년 12월 평균 기온은 영하 0.2도로 지난해 12월 영하 4.1도에 비해 4도가량 높았으며, 올해 2월에도 작년 동기간에 비해 3도가량 높은 영상 1.9도를 기록했다. 또한 맑지도 흐리지도 않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바람마저 거의 없이 따뜻했는데, 이런 환경은 지표면의 공기가 공중으로 확산되거나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정체되는 ‘스모그 현상’을 일으켰다.
이때 건조한 겨울 날씨도 며칠 간 지속됐다. 지난 1월 전국 강수량은 10.0㎜로 평년(28.3㎜)보다 33% 적었으며 특히 서울 강수량은 13.0㎜로 평년(20.8㎜)보다 63%나 적었다. 건조할수록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먼지도 따라서 많아지는데, 이런 와중에 안개와 구름이 하늘에 낮게 깔리면 도심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한 지역에 지속적으로 쌓이게 된다.
따라서 바람 없이 따뜻한 날씨로 발생한 스모그 현상이 심해지고 오래 지속 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함께 높아진 것이다.
여기저기 다른 미세먼지 예보, 이대로 괜찮나?
환경부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해 온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전체적으로 69.9%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 국회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간나쁨(㎥당 81~120㎍)’ 이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관측된 날은 18일이었지만, 환경부의 예보 적중횟수는 8번(44.4%)에 그쳤으며, 영남권은 7번 중 1번(14.3%), 강원권은 17번 중 4번(23.5%), 충청권은 8회 중 2번(25.0%)의 적중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 약간 나쁨 이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적으로 모두 63번 관측됐지만 예보가 맞은 건 단 21회밖에 되지 않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예보 적중률이 오히려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자체마다 미세먼지의 측정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지만 정확한 예보의 핵심은 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농도에 큰 영향을 주는 진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서 예보 시스템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욱희 박사는 “현재의 미세먼지 예보모델은 도시 스모그 현상의 본질에 대해서 크게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매년 배출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국산 오염물질의 양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며, 스모그와 미세먼지 농도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예보는 스모그 발생의 기상조건을 살피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년 겨울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지 낮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기후의 변화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미세먼지뿐 아니라 모든 대기오염물질은 연중 2월부터 4월까지 가장 높게 나타나며 하절기에는 농도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미세먼지도 이에 비춰 예측할 뿐이다.
너도나도 ‘미세먼지’ 관심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며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먼지의 총량을 재는 대신 미세먼지를 측정하며 관리하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대기 오염도는 크게 개선되었으며 낮은 농도의 미세먼지는 항상 우리 주변에 존재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세계의 강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중국의 나쁜대기환경과 함께 ‘미세먼지’가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선진국 언론들은 중국의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크게 지적하면서 선진국 농도기준인 20~50㎍/m³을 수십 배나 초과하는 미세먼지를 대표적인 오염물질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없었던 유해물질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잘 관리하고 있던 미세먼지 이슈를 다시 확대한 것은 무섭도록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선진국들의 심리와 무관하다고 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미세먼지’는 갑자기 생긴 유해물질이 아니다. 물론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거나 호흡기가 약한 어린이, 노약자는 미세먼지 농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처할 필요가 있으나,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이나 다양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예보하는 각 지자체들은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좀 더 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도움말)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환경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