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로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사망(2014년 기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2021년까지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 증설 땐 조기사망자가 연간 최대 2,800명으로 늘어난다. 석탄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 연구가 국내에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초미세먼지와 한국의 후진적인 석탄화력발전 확대 정책’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보고서 '침묵의 살인자, 초미세먼지'를 발표했다. 이는 그린피스의 새 기후에너지 캠페인 ‘콜록콜록, 초미세먼지’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기도 했다.
◆ 한국, 초미세먼지 오염 현황은 ‘나쁨’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초미세먼지(pm2.5). 지름 2.5㎛이하로 크기가 작은 이 오염물질은 호흡기는 물론이고, 피부로도 침투가 가능해 폐∙심장질환 등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초미세먼지 오염 현황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2012년 기준 서울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5.2㎛/㎥로, 뉴욕13.9㎛/㎥, 런던16㎛/㎥, 파리15㎛/㎥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who 권고기준인 10㎛/㎥를 크게 웃도는 수치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의 경우, 초미세먼지 주의보 예비단계와 주의보 발령일수는 총 40일을 기록했다. 최대 농도는 시간당 112㎛/㎥에 달했다. 주의보가 75시간 동안 지속된 날도 있었다.
◆ 중국발 초미세먼지 국내 발생이 최대 70%현재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동한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 그러나 2013년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영향은 30~50%에 그친다.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한다는 말인데, 그 주요 배출원은 자동차와 공장, 석탄발전소 등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예보시스템조차 구축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환경부는 올해 1월부터 전국적으로 초미세먼지 예보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아직 측정망 구축 단계에 놓여있어 그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다.
초미세먼지 농도 규제 기준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은 연평균 25㎛/㎥로, who 권고기준인 10㎛/㎥보다 느슨하다. 반면 미국은 12㎛/㎥, 일본은 5㎛/㎥, 중국은 15㎛/㎥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약한 규제 때문에 시민들은 대기질이 나빠도 그 심각성을 접하기 쉽지 않다”며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국제기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석탄화력발전소 초미세먼지로 매년 1,600명 조기사망초미세먼지 배출원 중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9%(2011년 기준)다. 이 중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3.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먼지 양일 뿐, 발전소에서 나오는 질산화물(nox), 이산화황(so2)과 같은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하는 2차 초미세먼지를 더하면 석탄발전소의 유해성은 더욱 커진다.
이에 그린피스는 국내 처음으로 석탄발전소로 인한 1, 2차 초미세먼지를 모두 고려해 한해 조기사망자 수를 산출했다. 연구에 필요한 대기모델링은 이 분야 권위자인 하버드대 다니엘 제이콥 교수 연구진이 맡았다. 건강영향평가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미세먼지의 건강위험성 정량적 평가’ 방법과 ‘세계질병부담연구’의 모델링을 활용했다.
그 결과 국내 석탄발전소 초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최대 1,600명이 조기사망(2014년 기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가 모두 증설되는 2021년부터는 그 수가 최대 2,800명까지 늘어난다. 석탄발전소의 일반수명을 40년으로 보면, 새 석탄발전소로 인해 총 3만2,000여명이 추가로 조기사망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그린피스에서 10년 동안 석탄 줄이기 캠페인을 해온 라우리 뮐뤼비르따 글로벌 선임 캠페이너는 “초미세먼지는 한국인의 4대 사망원인인 암, 뇌졸중,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 호흡기질환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민우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는 초미세먼지에만 초점을 둔 만큼, 석탄발전소의 다양한 유해요소를 고려하면 석탄발전소가 시민 건강에 끼치는 피해는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출처: 건강을 위한 첫걸음 하이닥
(www.hidoc.co.kr)